[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한반도 대가뭄…농산물 관련 주식 급등하나

입력 2015-10-25 19:20  

엘니뇨와 주기설로 가뭄시기 예측
내년 증시 최대 와일드카드 날씨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한반도가 타들어간다. 기상청에 따르면 올 들어 9월까지 강수량이 720㎜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상이라면 1200㎜는 내렸어야 하는데 60% 수준에 그친 셈이다. 1973년 이후 42년 만에 대가뭄이 찾아왔다는 분석이다. 정도 차가 있지만 가뭄은 세계적인 현상이다.

가뭄 정도를 파악하는 지표로 비교적 많이 알려진 것이 ‘효과가뭄지수(EDI)’다. 비가 온 뒤 유출된 양을 빼고 잔존량(유효수자원량)을 계산해 평균치와 비교한 값이다. 그 값이 0이면 ‘정상’, -1 이하면 ‘약한 가뭄’, -1.5 이하는 ‘심한 가뭄’, -2.5부터는 ‘극심한 가뭄’으로 구분한다. 올해 한반도의 EDI는-2.7로 극심한 가뭄 단계에 해당한다.

한반도에 가뭄이 찾아오는 것을 엘니뇨 현상으로 보는 시각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가뭄 주기설로 보는 이색적인 주장도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역사적으로 한반도에 찾아온 가뭄의 사례를 보면 6년, 38년, 124년을 간격으로 반복됐다는 것이 이 주기설의 핵심이다. 올해는 38년 주기설과 124년 주기설의 초기와 겹치면서 가뭄이 심하다는 것이다.

가뭄은 더 심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컬럼비아대 부설 기후변화연구소는 내년에는 올해보다 한 단계 높은 슈퍼 엘니뇨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내다봤다. 가장 긴 124년 주기설로 한반도에 발생한 마지막 대가뭄이 1901년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다음 대가뭄은 2025년에 맞물린다. 이 가뭄은 정점(2025년)을 전후로 10~15년 동안 지속된다.

농산물을 비롯한 원자재 가격은 1999년 이후 2012년까지 지속적으로 상승했다. ‘슈퍼 사이클 국면’이다. 그 후 원자재 가격은 3년째 하락세가 지속되고 속도마저 빨라 ‘슈퍼 사이클 사망’이라는 표현까지 등장했다. 종류별로 광물성, 미광물성(농산물) 가릴 것 없이 커플링(동조화) 현상이 심한 것도 특징이다.

하지만 앞으로 원자재 시장은 디커플링(차별화)이 심해질 가능성이 높다. 지구온난화 주범인 이산화탄소(CO₂)를 발생시키는 광물성 원자재 가격의 하락세는 더 깊어지는 반면 농산물 가격은 회복할 것으로 보는 예상이 늘고 있다. 농산물 가격 상승으로 물가가 오르는 ‘애그플레이션’이란 용어가 다시 등장했다.

한 나라의 경제에 미치는 변수는 예측과 관리 가능 여부에 따라 두 가지로 분류된다. 예측하고 관리가 가능한 통제변수, 알면서 그대로 당해야 하는 행태변수다. 갈수록 행태변수가 많이 발생하는 가운데 곡창지대에서 발생한 가뭄 피해가 상상을 초월한 규모에 이르면서 ‘행태변수 쓰나미설’까지 등장하고 獵?

리스크 이론에서는 행태변수를 예측하기 어렵지만 일단 발생하면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 ‘테일 리스크’로 분류한다. 통계학에서는 사회·경제 현상을 대개 특정한 평균치를 중심으로 대칭을 이루고, 평균치에서 멀어질수록 발생 확률이 낮아지는 종 모양의 정규분포로 설명한다.

최근에는 정규분포의 꼬리가 너무 두꺼워져 평균에 집중되는 확률이 낮아 예측력이 떨어지는 ‘팻 테일 리스크’가 대두되고 있다. 꼬리 부분이 두껍지 않아야 평균값의 의미가 강해지고 예측력이 높아지는데 꼬리가 두꺼워지면 평균값의 의미가 떨어져 예측이 어려워진다.

실제로 서울대 등의 분석에 따르면 한국 국내총생산(GDP)의 52%, 산업의 70~80% 정도가 가뭄과 같은 날씨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날씨가 경제와 증시를 움직인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이제는 날씨의 영향력이 모든 분야에 걸쳐 커지고 있다.

하지만 날씨를 결정하는 요인들이 복잡하고 인간의 기본적 욕구와 밀접한 관계가 있어 이를 화폐가치로 환산하기 어렵기 때문에 경제적 가치로 평가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이 때문에 날씨에 따른 영향에 대해 아직 과학적 정보가 불충분해 영향의 크기를 실제보다 과소 또는 과대평가할 가능성이 크다.

가뭄 등과 같은 날씨 변화의 경제적 영향을 평가하는 가장 발전된 계량 툴이 ‘페이지 모형(PAGE 2002)’이다. 이 모형은 ‘균형성장 등가(BGE=balanced growth equivalent)’라는 개념을 도입해 날씨 변화로 미래에 예상되는 후생 손실까지 고려했다. 이 방식으로 측정한 날씨 변화로 인한 1인당 소득의 평균 손실은 최대 14.4%에 이른다. 상당히 큰 규모다.

세계 경제와 한국 증시에 미칠 최대 와일드카드는 G2 리스크(미국 금리인상+중국 경기둔화)보다 가뭄과 같은 ‘날씨’가 될 것이라는 시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날씨와 같은 행태변수는 내부화가 중요하다. 우리 정부와 투자자도 가뭄과 같은 날씨가 경제와 증시에 미치는 영향을 토대로 선제적인 대책과 투자전략을 마련해야 할 때다.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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